밥 먹었어? 반찬 있어?



하루에 한 번 엄마랑 통화 할 때 맨 처음에 듣는 말이다.
올 해 자취를 시작하면서 내 밥걱정이 시작된 엄마의 고정멘트. 뭐 맛있는거 먹으러 갈 때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생각이 나신다는 말에 마음이 또 찡-하다.

전에 중간고사 끝나고 집에 잠깐 내려갔을 때 엄마가 해 주신 반찬을 들고 올라왔다. 내가 다시 학교로 올라가기 전 날 집에 제사가 있어서 몸이 많이 피곤하셨을텐데 딸래미 서울서 먹을 반찬 해 주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찬거리를 준비하셨다. 어렸을 때 오빠는 김치 종류도 잘 먹고 매운 것도 잘 먹는 편이었지만, 나는 매운 걸 잘 먹지 못해서 지금도 시고 매운 김장김치보다 방금 담은 새김치의 배추맛을 더 좋아한다. 그래서 진한 김치찌개보다 매콤달콤한 방금 만든 겉절이를 더 좋아하고 깍두기도 고추가루를 잔뜩 푼 것 보다 갓 담가 아삭아삭하고 심심하게 국물있는 것을 더 좋아한다. 이런 내 입맛때문에 열무깍두기를 담가 주시면서 엄마는 그 작은 총각무 표면을 감자껍질깍는 칼로 하나 하나 다 벗겨내셨다고 했다. 아삭아삭하게, 내가 좋아하는 식감이 오래 갔으면 해서.  

아직 먹고 있는 이 열무 깍두기는 아직도 아삭하다. 표면을 한 겹씩 벗겨내서 여러면으로 각이 져 있다. 정말 음식은 정성이라는 걸, 사랑이고 마음이라는 걸 엄마가 해 주시는 반찬에서 느낀다. 


아버지께서도 전에 메추리알조림 반찬 보내주실거라고 엄마가 삶아 준 메추리알을 다 까셨다고했다. 우리 아버지 손도 전형적인 남자 손인데다가 손 끝도 뭉툭하시도 해서 그 작은 메추리알 껍질을 까는 일이 힘드셨을꺼다. 자식 먹일 거라고 가게에 앉으셔서 일일히 까셨을 거 생각하니까 기분이 뭉클했다. 


 이렇게 부모님께서 정성들여서 한 달에 한 번 씩 반찬을 보내주신다.
매번 빠지지 않는 멸치볶음과 장조림, 김치 종류를 냉장고에 채워넣을 때 내 마음은 참 그렇다.
조금은 울고 싶고 웃고 싶기도 하고.



이번 학기도 월요일에 제출 한 레포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.
하고 있는 과외를 마무리하고 다음주에는 집에 내려갈 예정이다.

'밥 먹었어?' '반찬 있어?' 이제 몇 번만 더 들으면 집에 간다.



내려가면 가족이 모여 앉아서 맛있게 밥 먹어야겠다. 



-written by lie
  

by lie4me | 2008/06/19 16:44 | Dear Diary[일상] | 트랙백 | 덧글(4)

잃어버린 키.


월요일마다 가는 봉사활동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랑 피구를 한 적이 있는데
평소에는 구두 챙겨 신고 가다가 그 날 피구 한다고 운동화를 신고 갔더니 아이들이 하는 말.


"키가 줄어들었어요."

"ㅇㅇ이랑 친구인 줄 알았어요."(ㅇㅇ이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애)



그래, 알고 있단다.


내가 잃어버린 것들 중에는 키도 있다는 걸.
그것도 아주 크게 잃어버렸다는 걸.


흑-


그래서 최근 내 발은 구두에서 내려오지 않는다.;


-written by lie

by lie4me | 2008/06/14 09:39 | Dear Diary[일상] | 트랙백 | 덧글(6)

잃어 버린 것들-성시경


 

어디 쯤에 와 있는 걸까
나 홀로 빈 손을 느끼는 밤
슬픈 꿈을 꾼 것처럼
다시 잠 이룰 수가 없어

손톱처럼 자란 그리움
난 뭐가 그리운지도 몰라
나를 외롭게 만드는 것이
정말 너라는 사람 하나 뿐일까

너무 오래 전이지
내가 널 아직도 기다린다하면
하지만 아플 때가 있어
아무일도 없었던 듯 살아가기엔


소리내 울어버리기엔
어느 사이 무거워 진 나이

웃음으로 다 떠나보내기엔
더 많은 세월이 아직 필요한데


모른 채 내가 버린 것들
언제라도 되찾을 수 있다 믿었어
그렇게 하나씩 잃어버렸다는 걸 알 것 같아

다시 또 하루가 흘러



모두 흩어지나봐
한숨은 공기로 사랑은 어디로
행복을 찾아다녔지만
몇 번 쯤은 슬픔만이 내게로 왔지


나만은 기억하고 싶어
세상은 다 잊어버린 것들
지금 내가 정말로 그리운 건
그 시절 바로 내 모습일지 몰라


모른 채 내가 버린 것들
언제라도 되찾을 수 있다 믿었어
그렇게 하나씩 잃어버렸다는 걸 알 것 같아

다시 또 하루가 흘러



-성시경, [잃어버린 것들].

by lie4me | 2008/06/14 08:53 | Thought Of Me[생각]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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